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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세련된 감각,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

by shstory 2023. 2. 5.

뉴욕 출신의 화가 알렉스 카츠는 1927년, 러시아계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946년 쿠퍼 유니온 미술대학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하는데요. 올해 나이로 95세가 되는 그는 거의 평생을 뉴욕에 머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화사하고 깔끔한 그의 작품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세련된 모습이나 패션, 그리고 단조로운 색면으로 이루어진 구성들은 90세가 훌쩍 넘은 노장 알렉스 카츠의 감각을 감탄하게 만듭니다.

Straw Hat 3, 2021, ropac

그는 1950년대 후반부터 초상화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내 에이다(Ada)와 지인들을 모델로 하여 다양한 인물들을 세련되고 신비롭게 그려냈습니다. 그가 초상화작업을 하던 1950년대 후반 미국은 추상표현주의가 미술계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추상표현주의의 잭슨폴록과 색면추상의 거장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프란츠 클라인 그리고 앤디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 등 다양한 현대미술이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추상표현주의는 자연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강렬하게 표출하고자 하는 추상적이면서도 표현적인 경향으로 미술계의 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바꿔놓았죠. 이러한 미술계의 주요 흐름에도 불구하고 알렉스 카츠는 색면과 인물의 모습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그려놓은 수많은 그림을 찢어버리기도 하며 오랜 시간 방황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내 추상화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TV화면을 통해 새로운 화풍을 모색하게 됩니다. 분할하고 잘려진 화면에서 착안한 이러한 화풍들은 그의 기나긴 예술 인생을 관통하며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데요. 강렬한 색감과 대상을 잘라낸 크롭기법, 그리고 클로즈업을 도입하여 거대한 캔버스를 한가득 채운 인물초상화를 그려내었죠. 분주한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뉴요커들의 일상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내이자 작품의 모델이 되고 있는 영원한 뮤즈, 에이다(Ada)는 1928년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렉스 카츠와 그녀는 카츠의 전시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갔는데요. 카츠는 그녀에 대해 피카소의 뮤즈 도나마르보다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그는 에이다의 지적이며,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에 매혹되었다고 회상하는데요. 특히 그녀는 예술에 대한 눈썰미도 좋아 그녀의 흥미로운 예술적 감식안은 알렉스 카츠에게 흥미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Ada, 2011, alexkatz.com

결혼 초반 가난했던 알렉스 카츠와 결혼하여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의연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에이다를 모델로 하여 지금까지 무려 250여 점의 작품을 그렸다고 하니 그 부부의 케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에이다를 그리는 게 즐겁다고 하는 알렉스 카츠의 작품 속 그녀는 스냅사진의 한 장면 같기도 하며, 잡지 속의 모델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화하여 표현했지만 에이다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알렉스 카츠가 그녀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알렉스 카츠의 작업은 카르퉁의 방법으로 진행이 됩니다. 카르퉁(카툰)이란 사전적으로는 '밑그림'이라는 의미로 벽화와 같이 대규모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분필이나 목탄, 연필 등으로 두꺼운 종이에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거대한 바탕에 옮기기 위해서 이 밑그림을 바탕에 대고 바늘로 스케치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을 통해 밑그림의 윤곽을 옮기는 방법입니다. 알렉스 카츠는 이 방법을 사용하여 캔버스에 밑그림을 옮기죠.

 

그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보면 빠르게 작은 종이나 캔버스에 그려둡니다. 이 작업을 '스터디'라고 부르며 이 과정에서는 강조할 부분을 확실하게 찾아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다음은 카르퉁의 방법을 사용하여 갈색 종이에 밑그림을 옮기고 작업할 캔버스 전체를 덮고 구멍을 내어 윤곽선을 옮겨 그립니다.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생생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윤곽을 희미하게 그림으로써 깔끔한 화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Yellow Flags, 2019, ropac

그의 작품에 사용되는 기법은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얼굴을 캔버스에 나란히 배치하는 더블더블, 합판이나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오려낸 컷아웃 기법, 아주 얇고 평평하게 채색하는 배경색, 인물의 크기와 비율을 자유롭게 잘라내고 배치하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기법에 과감해 보이지만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찾아낸 색감들이 조화를 이루어 그의 화풍을 만들게 되죠.

 

그의 예술적 경력에 비추어볼 때 특이한 점은 작품에 어떠한 철학도 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혁신적인 현대미술에 대한 담론이 정신없이 등장했던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작가입에도 어떠한 철학도 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작업을 지속했던 점은 참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그는 365일 작업을 쉬지 않고 지속하는 데요. 그의 체력과 정신력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죠. 왕성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월화수목금토일 하루도 쉬지 않고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작업을 해왔습니다. 70년 가까이 쉼 없이 매일 그림을 그리는 집념이 있기에 지금의 세계적인 거장 알렉스 카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렉스 카츠는 에스파스 루이뷔통 서울에서 2022년 12월 9일부터 시작하여 2023년 3월 26일까지 <반향>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봄을 기다리며 알렉스 카츠의  근사한 작품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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