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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by shstory 2023. 3. 26.

gerhardrichter.com

"나는 어떤 목표도, 어떤 체계도, 어떤 경향도 추구하지 않는다."

 

현대미술의 거장이며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32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일찍이 미술을 시작했고 학창 시절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벽화를 전공하여 많은 벽화작업을 했습니다. 사회의 이념을 전달하기 위한 벽화는 예술가들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예술을 이용했습니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몇 달 전, 그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했습니다. 가까스로 탈출한 서독에서 자본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내기 위해 작업에 매진했으며 그 끝에 찾아낸 자신의 스타일이 바로 사진 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회화중심의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화를 통해 사진 회화뿐만 아니라 컬러차트, 풍경화, 추상화 등 다양한 양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하나의 양식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양식은 다르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불확실성, 개방성을 통해 하나의 규정된 의미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 사진회화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시리즈 사진 회화는 스냅사진으로 찍은 일상적인 풍경, 사건, 사고에 관한 사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회화는 게르하르트 리히터만의 독특한 회화 양식으로 사진의 리얼리즘과 회화의 붓질이 결합된 작품을 말합니다. 마치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처럼 표현된 이 작품은 1960년대 서독에서 팝아트와 개념미술을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대중매체인 사진을 이용한 부분은 팝아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객관적이고 명확한 대상을 흐릿하게 표현함으로써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서고자 했습니다. 

Ema, 1966, oil on canvas, gerhardrichter.com

- 풍경화 시리즈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의 풍경화는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극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실제 자연을 카메라고 촬영한 뒤 사실적으로 그려낸 풍경화 시리즈는 낭만적인 자연을 담아내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카메라의 기계적인 시선을 통해 자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seascape, 1969, oil on canvas, gerhardrichter.com

- 컬러차트 시리즈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으로 컬러차트 시리즈는 리히터의 기존 스타일과 매우 다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1966년부터 시작한 컬러차트는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대규모로 확대하여 무작위로 배열한 기하학적인 추상작품입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색채의 최대치인 약 4900개의 색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열한 것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임의로 배열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색에 대해 가진 많은 고정관념들을 제거하며 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합니다. 

4900 Colours, 2007, gerhardrichter.com

- 추상회화

1970년대 후반부터 시도된 추상회화는 캔버스에 물감을 두텁게 칠하고 마르기 전에 직접 만든 거대한 스퀴즈를 사용하여 긁어내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추상적인 화면을 드러냅니다. 스퀴즈란 실크스크린에 사용하는 도구로 판에 형성된 구멍에 잉크를 밀어 넣기 위해 사용하는 넓적한 도구입니다. 리히터는 자신이 특수 제작한 스퀴즈를 사용하여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고 밀어내며 추상화를 제작했습니다. 

Abstract Painting 837-4, 1996, Oil on canvas, gerhardrichter.com

1960년대 미술계는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양식이 시도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잭슨폴록, 이브클랭, 루치오 폰타나 등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활동하며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모더니즘을 대변하는 장르인 회화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회화를 견지하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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